하루하루를 버티듯 살아가다가 안식처가 필요할 때면, 이곳에 와 편히 쉬곤 했습니다. 그래서 이곳은 제가 머무는 공간이기도 하고, 저와 닮은 누군가를 위해 내어드리고 싶은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방학>이 만들어졌습니다.

건축을 하시는 아버지와 함께 작은 구석 하나하나를 손수 만들어가며, 이곳에 서 시간을 보낼 우리와 당신을 떠올렸습니다.
무더운 여름에 시작을 알린 방학은, 계절을 건너 선선한 초겨울에 문을 열게 되었습니다.

방학에서는 잡념없이 푹 잠들고, 잊고 있던 책의 구절을 찾아 한켠에 담아두기도 하며, 알고리즘에서 벗어나 손길이 닿는 새로운 음악의 발견을 느껴보기도 합니다.
모든 걸 내 마음대로 해볼 수 있는 하루. 그런 마음의 자유가 당신의 단단함을 채워주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오후 다섯 시는 제가 이 공간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입니다. 해질 무렵에는, 거실의 유리창을 통해 나무들이 서서히 붉은 노을에 젖어가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일상에서 놓쳤던 순간들을 주목하며, 머무는 동안 과거의 소소하고 행복했던 순간들을 다시금 떠올리는 평안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이 곳에서의 시간이 기어이 일상을 살아낼 힘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